[thoughts] 자신의 삶: 나만의 클리셰

나만의 클리셰 : “눈이오나 비가오나 꾸준히 하는 것”

힘들거나 일이 잘 안될 때, 내가 지금까지 어떤일을 어떻게 잘해왔는지를 되돌아본다. 그럴 때 내가 지금까지 일을 성취해왔던 나만의 클리셰가 있다. 바로 눈이오나 비가오나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거나, 정공법이 아니더라도 좋다. 결국 엉덩이가 무거운 놈, 꾸준히 하는 놈을 이길 사람이 없다는 것을 나는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도서관에 가자

중학교 1학년, 나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갔다. 집 10분거리에는 새벽 6시에 여는 도립도서관이 있었다. ’에이, 새벽 6시에 누가 간다고 그 때 도서관을 열지?’라고 생각했지만 왠걸. 시험기간에는 사람들이 6시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열람실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새벽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의 열기에 14살의 나는 엄청 큰 감명을 받았다. 그 때부터 나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진학이후 떨어지던 성적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모랑 얘기하다가 중학교 때 얘기가 나왔다.

”밖에 비가 쏟아지는데 네가 도서관을 갈지말지 고민을 하는거야. 그래서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오늘은 집에서 공부하거나 쉬라고 얘기를 했더니 네가 집에서는 집중 안 된다고 중얼거리더니 비를 뚫고 도서관을 가더라고. 그게 참 대견하다고 생각했어.”

나도 잘 기억이 안났던 일이었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그게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나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무엇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후로도 무슨일이 있어도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학교에서 버티자

대학은 건축학과로 진학을 했는데, 이는 내가 15살 때부터 건축가라는 꿈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막상 가보니 나보다 감각있고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나는 건축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됐다. 그 때도 잘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주말없이 학교에 가서 과제를 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새벽에 집에 왔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도 책을 보면서 정리하면서 공부했다. 남들은 몇번 써보고 익히는데 나는 그렇게 안됐다. 빠른 방법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이고, 확실하게 무언가를 익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렇게 5년을 했더니 졸업 때쯤에야 서울도시주택공사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입선을 하게 되었다. 5년동안 건축설계에 재능이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 10대 1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상을 타니 감회가 남달랐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하면 이룰 수 있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코딩공부를 하자

개발자로 전향할 때도 위 클리셰는 유효했다. 졸업작품을 마치고 공모전에서 상도 탔지만, 건축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던 중 우연한 계기로 생활코딩 강의를 보게 되었고, 개발은 내가 200프로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국비학원을 신청해서 5학년 2학기와 병행하면서 다녔다. 평일에는 수업을 듣고, 노션에 매일매일 내용을 정리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주말에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했다. 정말 매일매일 코딩공부를 했는데, 너무 즐거웠었다.


새로운 클리셰를 접목할 때

지금은 살짝 코춘기(코딩 사춘기)가 온 것 같다. 야근이 많고, 성장곡선이 완만해져서 살짝 번아웃이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쳐나갈지가 또 고민이된다. 나만의 클리셰를 또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방법을 흡수해서 새로운 클리셰로 만들어 볼 것인가.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어봤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면 더 빨리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남들이 추천하는 방법을 해보기로 했다. 방치했던 개발블로그를 다시 써보기로 했다. 아 물론 내 방식을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배운 뒤 블로그에 적는 것을, 꾸준히 해볼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일을 성취해온 방식이고, 나의 클리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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